notion5940 님의 블로그
며칠 전 받은 꽃다발을 보고 오랜만에 꽃꽂이(flower arrangement)를 해보았어요. 몇 년간 손을 놓았던 동양꽃꽂이(Eastern flower arrangement, Ikebana)였지만, 막상 다시 해보니 예전 감각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었어요. 손끝에서 살아나는 리듬감과 꽃들의 생기, 그리고 그 사이를 메우는 공기마저 새롭게 느껴졌답니다.
요즘은 시간이 한가한 편인데도 이상하게 일상이 더 나른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아마 계절이 바뀌는 시기여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날에는 억지로 무언가를 하려 하기보다, 이렇게 꽃과 함께 천천히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어요. 꽃을 다듬고, 길이를 맞춰주고, 손끝으로 다뤄줄 때마다 조용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거든요.
이번에는 선물받은 꽃들로 작업하다 보니 특별히 소재를 고르거나 색감을 맞추려 고민하지 않고, 주어진 자연 그대로를 살리는 데 중점을 두었어요. 길이를 다듬고, 너무 과하지 않게 배치하면서 꽃들이 각자 가진 고유의 색과 향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기를 바랐어요. 이 과정이 또 묘하게 즐겁더라고요.
꽃들은 정말 신기해요. 각각 고유한 색감과 향기를 지니고 있는데, 함께 모이면 또 다른 하모니(harmony)를 만들어내요. 따뜻한 핑크빛 장미, 부드러운 연핑크 카네이션, 발랄한 노란 후리지아, 소담한 화이트 소국, 톡톡 튀는 노란 퐁퐁국화, 그리고 사랑스러운 핑크 끈끈이대나물꽃까지. 보는 것만으로도 집 안 분위기가 화사하게 밝아졌어요.
특히 유칼립투스(Eucalyptus)와 테이블야자(Table palm)의 깊고 안정된 그린 컬러가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주더라고요. 꽃꽂이를 하면서 그린 소재가 주는 안정감을 다시 한 번 느꼈어요. 꽃꽂이하는 지인들은 유칼립투스를 친근하게 '유카리'라고 부르는데, 저도 모르게 입에 착 달라붙는 별칭을 따라 부르게 되네요.
이번 꽃꽂이에 사용한 소재를 정리해보면, 장미, 연핑크 카네이션, 노란 후리지아, 화이트 소국, 노란 퐁퐁국화, 핑크 끈끈이대나물꽃, 유칼립투스, 유스커스, 테이블야자잎, 그리고 오아시스를 채운 수반용기를 사용했어요. 특별한 기교 없이, 자연스럽게 꽂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쁘게 완성되었어요.
오랜만에 이렇게 꽃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느낀 건, '나를 다시 살아있게 해주는 순간'들이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는 거였어요. 꽃을 손질하는 조용한 시간, 하나하나 자리를 잡아가는 작은 과정들이 제 안에 고요한 에너지를 채워주었어요. 이번 꽃꽂이는 완성된 모습도 마음에 들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얻은 평온함이 더 큰 선물이었던 것 같아요.
혼자 만족하며 자뻑에 빠져봅니다 🌿
앞으로도 종종 이런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꽃꽂이소재:
장미,연핑크카네이션, 노란후리지아,화이트소국,노란퐁퐁국화,핑크끈끈이대나물꽃,유칼립투스(꽃꽂이 하는 지인들은 부르기 쉽게 "유카리"라고 하죠),유스커스,테이블야자잎(그외, 오아시스, 수반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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